입력2024.11.04
이인혁 외 2명
내년부터 국내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자재 나르기 등 단순 업무를 넘어 형틀 제작과 콘크리트 타설 등 기능공으로 일할 수 있다. 정부가 업무 강도가 높아 내국인이 기피하는 공종(공사 종류)의 기능인력 비자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동남아시아 등에서 ‘외국인 숙련공’을 데려와 국내 기능인력의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인건비 절감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형틀공과 철근공, 콘크리트공 등 일부 공종에 E7-3(일반기능인력) 비자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내년 추진한다. 현재 E7-3는 동물사육사와 조선용접공, 항공기정비원 등 10개 업종에 허용한다. 업계에서는 내년 건설 콘크리트공과 철근공 등 공종별로 300명가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외국인 건설 근로자는 주로 E9(비숙련 인력) 비자로 들어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만 맡았다. 국내 건설 기능인력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청년층이 ‘공사판’을 외면하면서 건설인력의 고령화가 심해졌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건설 기능인의 평균 연령은 51.4세다. 60대 이상 비중도 24.6%에 달한다.
형틀 목공과 철근, 콘크리트처럼 힘이 많이 드는 공종일수록 기능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고 인건비가 치솟았다. 그 결과 젊은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고용해 해당 업무를 맡기는 현장이 크게 늘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불법 외국인력은 숙련도를 담보할 수 없어 공사 품질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안전사고도 잦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체나 에이전트 등에서 직접 기술 테스트를 통해 인력을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E9 비자로 들어온 비숙련 외국인력 활용 범위도 숙련 기능인 보조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5060만 남은 공사장…내국인 꺼리는 형틀·철근 작업에 외국인 투입
“외국인 근로자가 시멘트를 나르는 건 가능하지만 시멘트를 바르도록 하면 단순 작업 이상의 업무를 시킨다고 간주해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건설사 관계자)
힘든 업무 기피와 근로자 고령화 등으로 “외국인 인부 없이 건설공사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단순·반복 업무만 허용하는 경직된 규제 탓에 외국인력 활용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업계에선 하소연한다. 정부가 형틀과 철근, 콘크리트 등 내국인 기피 공종에 한해 일반기능인력(E7-3) 비자를 도입하려는 배경이다.
◆콘크리트 등 고강도 공사 기피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력은 대다수가 비전문취업(E-9) 비자를 통해 들어온다. 문제는 E-9 근로자의 업무가 자재 나르기나 청소 등 기초 작업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무거운 철근을 나르는 건 가능한데, 철근을 철사로 묶는 작업은 한국인 숙련공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 근로자에 맞춰 설계된 E-9이 건설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현장 간 이동 제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제조업과 달리 건설 근로자는 현장을 옮기는 일이 잦다. 예컨대 아파트 골조 공사는 통상 지하층(6개월)→지상층(8개월)→마감 공사(2개월) 순서로 진행된다. 기술력이 필요한 지하층과 마감 공사는 내국인이 하고, 지상층 공사는 외국인 근로자가 맡는 경향이 있다. 내국인 근로자는 A현장 지하층 공정이 끝나면 B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지하층과 마감 공사가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 대기하면서 일을 쉬어야 한다. 현행 제도가 한 현장의 공사가 완료 또는 중단돼야 다른 현장으로 외국인력을 옮기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공사 부분 완료 시와 긴급·재난 공사, 자재·장비 이동 목적일 경우 동일 건설사 현장 간 근로자 이동을 허용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숙련 기능인을 보조하는 기초 기능 업무는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형틀·철공 분야 외국인 의존도 높아
국내 건설인력 고령화 등을 고려해 ‘외국인 기능공’을 들여오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2004년 37.5세에서 올해 6월 51.4세로 증가했다.
업무 강도가 높은 형틀과 철근, 콘크리트 같은 공종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가 내국인 기피가 심한 이들 공종에 한해 내년부터 E7-3 비자를 우선 도입하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공종별로 300명 정도를 우선 들여오는 방안을 건의했다. 콘크리트 타설 등의 업무는 별도의 라이선스가 없는 만큼 정부는 ‘기술 테스트’를 거쳐 국내에서 일할 숙련공을 뽑을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몇 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는 등 정량적 기준은 따로 두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업체 관계자가 직접 해외로 가서 국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는지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외국 기능인력을 들여오는 창구가 없는 건 아니다. 과거엔 중국 동포(F-4)가 내국인의 빈 자리를 채웠지만 이들도 고령화하고 있다. E-9 근로자 중 특정 요건을 갖춘 자를 숙련기능인력(E7-4)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간 배출 인원이 손에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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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4.11.04
이인혁 외 2명
내년부터 국내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자재 나르기 등 단순 업무를 넘어 형틀 제작과 콘크리트 타설 등 기능공으로 일할 수 있다. 정부가 업무 강도가 높아 내국인이 기피하는 공종(공사 종류)의 기능인력 비자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동남아시아 등에서 ‘외국인 숙련공’을 데려와 국내 기능인력의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인건비 절감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형틀공과 철근공, 콘크리트공 등 일부 공종에 E7-3(일반기능인력) 비자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내년 추진한다. 현재 E7-3는 동물사육사와 조선용접공, 항공기정비원 등 10개 업종에 허용한다. 업계에서는 내년 건설 콘크리트공과 철근공 등 공종별로 300명가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외국인 건설 근로자는 주로 E9(비숙련 인력) 비자로 들어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만 맡았다. 국내 건설 기능인력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청년층이 ‘공사판’을 외면하면서 건설인력의 고령화가 심해졌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건설 기능인의 평균 연령은 51.4세다. 60대 이상 비중도 24.6%에 달한다.
형틀 목공과 철근, 콘크리트처럼 힘이 많이 드는 공종일수록 기능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고 인건비가 치솟았다. 그 결과 젊은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고용해 해당 업무를 맡기는 현장이 크게 늘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불법 외국인력은 숙련도를 담보할 수 없어 공사 품질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안전사고도 잦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체나 에이전트 등에서 직접 기술 테스트를 통해 인력을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E9 비자로 들어온 비숙련 외국인력 활용 범위도 숙련 기능인 보조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시멘트를 나르는 건 가능하지만 시멘트를 바르도록 하면 단순 작업 이상의 업무를 시킨다고 간주해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건설사 관계자)
힘든 업무 기피와 근로자 고령화 등으로 “외국인 인부 없이 건설공사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단순·반복 업무만 허용하는 경직된 규제 탓에 외국인력 활용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업계에선 하소연한다. 정부가 형틀과 철근, 콘크리트 등 내국인 기피 공종에 한해 일반기능인력(E7-3) 비자를 도입하려는 배경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력은 대다수가 비전문취업(E-9) 비자를 통해 들어온다. 문제는 E-9 근로자의 업무가 자재 나르기나 청소 등 기초 작업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무거운 철근을 나르는 건 가능한데, 철근을 철사로 묶는 작업은 한국인 숙련공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 근로자에 맞춰 설계된 E-9이 건설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현장 간 이동 제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제조업과 달리 건설 근로자는 현장을 옮기는 일이 잦다. 예컨대 아파트 골조 공사는 통상 지하층(6개월)→지상층(8개월)→마감 공사(2개월) 순서로 진행된다. 기술력이 필요한 지하층과 마감 공사는 내국인이 하고, 지상층 공사는 외국인 근로자가 맡는 경향이 있다. 내국인 근로자는 A현장 지하층 공정이 끝나면 B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지하층과 마감 공사가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 대기하면서 일을 쉬어야 한다. 현행 제도가 한 현장의 공사가 완료 또는 중단돼야 다른 현장으로 외국인력을 옮기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공사 부분 완료 시와 긴급·재난 공사, 자재·장비 이동 목적일 경우 동일 건설사 현장 간 근로자 이동을 허용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숙련 기능인을 보조하는 기초 기능 업무는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국내 건설인력 고령화 등을 고려해 ‘외국인 기능공’을 들여오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2004년 37.5세에서 올해 6월 51.4세로 증가했다.
업무 강도가 높은 형틀과 철근, 콘크리트 같은 공종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가 내국인 기피가 심한 이들 공종에 한해 내년부터 E7-3 비자를 우선 도입하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공종별로 300명 정도를 우선 들여오는 방안을 건의했다. 콘크리트 타설 등의 업무는 별도의 라이선스가 없는 만큼 정부는 ‘기술 테스트’를 거쳐 국내에서 일할 숙련공을 뽑을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몇 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는 등 정량적 기준은 따로 두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업체 관계자가 직접 해외로 가서 국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는지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외국 기능인력을 들여오는 창구가 없는 건 아니다. 과거엔 중국 동포(F-4)가 내국인의 빈 자리를 채웠지만 이들도 고령화하고 있다. E-9 근로자 중 특정 요건을 갖춘 자를 숙련기능인력(E7-4)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간 배출 인원이 손에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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