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11.07.
김유진 기자
공시가격 합리화 위한 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국토부,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 적용 어려울듯
정부, 15일 공청회서 공시가격 방향 논의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시 예년처럼 인위적인 현실화율(주택가격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집 주인의 세 부담을 급격히 늘릴 수 있다는 지적에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시 현실화율을 더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집값 변동을 기반으로 부동산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공시가격 합리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리화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정부는 결국 과거와 같은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은 부동산 공시가격에 인위적인 현실화율을 반영하는 대신 부동산 가격 변동분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오는 15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를 열고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정부는 공청회를 통해 공시가 현실화 계획 개요 및 평가, 내년도 부동산 가격 공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값을 의미한다. 이 가격은 단순하게 부동산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등 각종 세금과 의료보험 산정 등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국토부는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작업에 있어 기존처럼 현실화 방안에 따른 기준을 반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내년도 공시가격도 기존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분에다가 시세와 공시가격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현실화율을 더해 산출되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에 현실화율을 반영하더라도 올해처럼 다시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다.
당초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시에는 집값 상승분만 반영되는 합리화 방안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9월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공시가격을 산정하다 보니 집값 상승분 이상으로 공시가가 올라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 시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장 변동률을 반영하는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4 총선주거권연대와 주거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3월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국토부가 추진하는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이 실행되려면 공시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9월 말 의원 발의 형식으로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연내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정책을 폐지하는 것이어서 야당 의원들이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이 올해 안으로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국토부가 이를 반영해 공시가 산정에 나서는 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 현실화 계획 자체를 폐지하기로 발표는 했지만,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 공시가격은 지난 2년간 해왔던 방식으로 공청회를 거쳐 적정 수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더라도 내년 공시가에 100%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공시가격은 많게는 수천만원 오를 수 있다. 국토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이 15억600만원인 시세 20억원의 공동주택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합리화 방안을 적용하면 내년도 공시가격은 15억2800만원이 된다. 하지만 기존의 현실화 계획(2020년 기준 현실화율 69%+시세반영률 제고분)을 적용한다면 15억72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약 4400만원 올라간다. 이는 올해 시장 가격이 1.52% 상승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값이다.
특히 올해는 강남 등 집값 상승폭이 큰 지역의 부동산이 공시가격 상승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자문위원은 “기존처럼 공시가격을 산정한다고 하면 5월 이후 부동산 시세 상승분까지 반영돼 공시가격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오를 수 있다”며 “다만 종합부동산세율 등이 인하된 부분이 있어서 공시가격이 예상보다 더 오르더라도 세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실화 계획에 따라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도록 합리화 방안을 적용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공청회와 중앙부동산 공시가격위원회를 거쳐 공시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의 다른 관계자는 “현실화 계획에 따라 공시가격을 준비해야 하는데 지난 9월 발표한 합리화 내용도 접목을 시킬 수 있는지 공청회에서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 bridge@chosunbiz.com
입력2024.11.07.
김유진 기자
공시가격 합리화 위한 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국토부,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 적용 어려울듯
정부, 15일 공청회서 공시가격 방향 논의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시 예년처럼 인위적인 현실화율(주택가격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집 주인의 세 부담을 급격히 늘릴 수 있다는 지적에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시 현실화율을 더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집값 변동을 기반으로 부동산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공시가격 합리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리화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정부는 결국 과거와 같은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은 부동산 공시가격에 인위적인 현실화율을 반영하는 대신 부동산 가격 변동분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오는 15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를 열고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정부는 공청회를 통해 공시가 현실화 계획 개요 및 평가, 내년도 부동산 가격 공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값을 의미한다. 이 가격은 단순하게 부동산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등 각종 세금과 의료보험 산정 등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국토부는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작업에 있어 기존처럼 현실화 방안에 따른 기준을 반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내년도 공시가격도 기존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분에다가 시세와 공시가격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현실화율을 더해 산출되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에 현실화율을 반영하더라도 올해처럼 다시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다.
당초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시에는 집값 상승분만 반영되는 합리화 방안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9월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공시가격을 산정하다 보니 집값 상승분 이상으로 공시가가 올라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 시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장 변동률을 반영하는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4 총선주거권연대와 주거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3월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국토부가 추진하는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이 실행되려면 공시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9월 말 의원 발의 형식으로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연내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정책을 폐지하는 것이어서 야당 의원들이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이 올해 안으로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국토부가 이를 반영해 공시가 산정에 나서는 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 현실화 계획 자체를 폐지하기로 발표는 했지만,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 공시가격은 지난 2년간 해왔던 방식으로 공청회를 거쳐 적정 수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더라도 내년 공시가에 100%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공시가격은 많게는 수천만원 오를 수 있다. 국토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이 15억600만원인 시세 20억원의 공동주택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합리화 방안을 적용하면 내년도 공시가격은 15억2800만원이 된다. 하지만 기존의 현실화 계획(2020년 기준 현실화율 69%+시세반영률 제고분)을 적용한다면 15억72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약 4400만원 올라간다. 이는 올해 시장 가격이 1.52% 상승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값이다.
특히 올해는 강남 등 집값 상승폭이 큰 지역의 부동산이 공시가격 상승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자문위원은 “기존처럼 공시가격을 산정한다고 하면 5월 이후 부동산 시세 상승분까지 반영돼 공시가격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오를 수 있다”며 “다만 종합부동산세율 등이 인하된 부분이 있어서 공시가격이 예상보다 더 오르더라도 세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실화 계획에 따라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도록 합리화 방안을 적용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공청회와 중앙부동산 공시가격위원회를 거쳐 공시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의 다른 관계자는 “현실화 계획에 따라 공시가격을 준비해야 하는데 지난 9월 발표한 합리화 내용도 접목을 시킬 수 있는지 공청회에서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 bridg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