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26
[땅집고] 정부가 내년까지 총 11만가구 이상, 올해 5만가구 이상 신축 매입임대 물량을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현재까지 10만가구 가까운 매입약정 신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특히 8·8 대책 발표 이후 2주만에 약 1만가구가 추가 접수됐다는 설명이다.
[땅집고]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 /뉴시스
하지만 침체한 빌라 시장에 정부가 개입해 시장 가격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미 빌라 등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꺼져버린 상황에서 세금은 세금대로 쓰고 아파트 쏠림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임대 사업자 “126%룰 그대로…기존 빌라는 경매 넘기란 얘기”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매입 확약은 LH가 공급한 수도권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내년까지 건축 착공이 이뤄지는 토지 내 주택 약 3만6000가구가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땅집고]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한 매입임대주택. /국토교통부
매입 가격은 미분양률, 세대 규모 등을 감안해 분양 가격의 85~91% 수준에서 차등 적용되며 분양 전환형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건설임대사업자로 등록한 A씨는 정부의 오락가락한 매입임대 정책 때문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봐야 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A씨는 경기 부천시에 20가구 규모로 빌라를 짓고,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정부에 주택을 넘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경기 침체와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매입임대 사업 축소’ 조치에 따라 매입임대를 하지 못하고 헐값에 분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한 가구당 분양가보다 1억원 낮은 가격에 팔아 20억원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현재 서울에서 2개 동 총 25가구 규모 다세대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매입임대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신축인 경우에만 혜택을 준다고 해 제도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기존 빌라의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벌어진 집에 한해 경매에 넘겨진 주택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낙찰받아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든든전세주택’ 제도 외에 별도 매입임대 제도는 없다. 사실상 경매에 넘겨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기존 빌라 임대사업자들은 빌라 시장 안정화를 위해 매입임대 확대보다는, 전세금반환보증 시 주택 가격 산정에서 ‘공시가격 126%룰’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부분이 원래대로 회복되면 시장 전세금 가격이 정상화해 정부가 나서서 매입임대를 할 필요도 없고 공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대규모 건설임대사업에 나서는 집주인들은 1~2가구가 아닌 통상 20가구 이상의 임대 주택을 운영한다”며 “‘126%룰’ 적용으로 내 빌라는 1가구당 전세금을 기존보다 6500만원, 25가구면 16억2500만원 낮춰야 하는데 이 금액을 손해보지 않으면 전세사기범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사업자는 빚을 내 땅 값과 건축비를 대고 이자 갚아가면서 건축을 하고 초기 임대료를 받아 임대 사업을 영위해 나간다”며 “정부가 하지 못하는 신축 빌라를 공급하고, 일정 부분 수익도 얻는 것인데 ‘공시가격150%’ 수준에서 결정되던 전세 시세를 갑자기 126%로 낮춰버리면 빌라 시장이 망가지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 매입임대 조건 까다로워, 실적 낮을 가능성 높아
업계에서는 실제로 신청건수와 매입임대주택 확약이 이뤄지는 실적은 차이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목표 물량을 맞추려고 입지가 좋지 않거나 부실시공 우려가 있는 주택까지 매입할 수 있고, 재정 고갈 우려도 제기된다.
LH는 2022년 3만4500가구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계획했지만, 실제 공급 실적은 1만6600가구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23년에는 2만6000가구를 계획했으나 5000가구에 그쳤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당장 자금조달 어려움에 놓인 중소형 건축 업자들의 경우 숨통이 틀 수는 있겠지만, 매입임대주택 조건이 워낙 까다롭고 건축비 등 비용 상승을 감안하면 실적까지 연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빌라 시장이 초토화한 전세보증보험 손질 없이 빌라 공급 안정화는 불가능하다고 예상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입력 : 2024.08.26
[땅집고] 정부가 내년까지 총 11만가구 이상, 올해 5만가구 이상 신축 매입임대 물량을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현재까지 10만가구 가까운 매입약정 신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특히 8·8 대책 발표 이후 2주만에 약 1만가구가 추가 접수됐다는 설명이다.
[땅집고]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 /뉴시스
하지만 침체한 빌라 시장에 정부가 개입해 시장 가격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미 빌라 등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꺼져버린 상황에서 세금은 세금대로 쓰고 아파트 쏠림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임대 사업자 “126%룰 그대로…기존 빌라는 경매 넘기란 얘기”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매입 확약은 LH가 공급한 수도권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내년까지 건축 착공이 이뤄지는 토지 내 주택 약 3만6000가구가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땅집고]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한 매입임대주택. /국토교통부
매입 가격은 미분양률, 세대 규모 등을 감안해 분양 가격의 85~91% 수준에서 차등 적용되며 분양 전환형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건설임대사업자로 등록한 A씨는 정부의 오락가락한 매입임대 정책 때문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봐야 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A씨는 경기 부천시에 20가구 규모로 빌라를 짓고,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정부에 주택을 넘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경기 침체와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매입임대 사업 축소’ 조치에 따라 매입임대를 하지 못하고 헐값에 분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한 가구당 분양가보다 1억원 낮은 가격에 팔아 20억원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현재 서울에서 2개 동 총 25가구 규모 다세대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매입임대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신축인 경우에만 혜택을 준다고 해 제도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기존 빌라의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벌어진 집에 한해 경매에 넘겨진 주택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낙찰받아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든든전세주택’ 제도 외에 별도 매입임대 제도는 없다. 사실상 경매에 넘겨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기존 빌라 임대사업자들은 빌라 시장 안정화를 위해 매입임대 확대보다는, 전세금반환보증 시 주택 가격 산정에서 ‘공시가격 126%룰’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부분이 원래대로 회복되면 시장 전세금 가격이 정상화해 정부가 나서서 매입임대를 할 필요도 없고 공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대규모 건설임대사업에 나서는 집주인들은 1~2가구가 아닌 통상 20가구 이상의 임대 주택을 운영한다”며 “‘126%룰’ 적용으로 내 빌라는 1가구당 전세금을 기존보다 6500만원, 25가구면 16억2500만원 낮춰야 하는데 이 금액을 손해보지 않으면 전세사기범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사업자는 빚을 내 땅 값과 건축비를 대고 이자 갚아가면서 건축을 하고 초기 임대료를 받아 임대 사업을 영위해 나간다”며 “정부가 하지 못하는 신축 빌라를 공급하고, 일정 부분 수익도 얻는 것인데 ‘공시가격150%’ 수준에서 결정되던 전세 시세를 갑자기 126%로 낮춰버리면 빌라 시장이 망가지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 매입임대 조건 까다로워, 실적 낮을 가능성 높아
업계에서는 실제로 신청건수와 매입임대주택 확약이 이뤄지는 실적은 차이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목표 물량을 맞추려고 입지가 좋지 않거나 부실시공 우려가 있는 주택까지 매입할 수 있고, 재정 고갈 우려도 제기된다.
LH는 2022년 3만4500가구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계획했지만, 실제 공급 실적은 1만6600가구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23년에는 2만6000가구를 계획했으나 5000가구에 그쳤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당장 자금조달 어려움에 놓인 중소형 건축 업자들의 경우 숨통이 틀 수는 있겠지만, 매입임대주택 조건이 워낙 까다롭고 건축비 등 비용 상승을 감안하면 실적까지 연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빌라 시장이 초토화한 전세보증보험 손질 없이 빌라 공급 안정화는 불가능하다고 예상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